인세인 박: 아방가르드는 포기하지 않는다: SOLO EXHIBITION

인세인 박은 미디어와 이미지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를 바탕으로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통념적 시각 체계와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가 5년만에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선보이는 개인전 《아방가르드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반달리즘을 매개로 아방가르드의 태도를 다시 소환한다. 반달리즘은 자기 모순적이고 반항적인 행위이지만, 동시에 기존의 체계를 부정하며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여는 하나의 현상이기도 하다. 그는 퍼포먼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허구적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 그리고 SNS 라이브 방송 형식을 차용한 작업들을 통해 제도권 미술의 권위와 안전망을 허무는 실험을 이어간다. 낡은 건물 위에 겹쳐진 그래피티, 작품 위 흩뿌려진 메세지 등은 그에게 단순히 파괴의 행위라기 보다 권위와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읽힌다. 그는 낙서와 훼손의 행위를 재정의의 과정으로 바라보며, 기존 질서와 위계를 흔드는 동시에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과정으로 본다. 인세인 박은 그 속에서 현실의 무력함, 허무함, 공허함을 직시하면서도 단지 절망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농담과 자기모순, 그리고 실행의 태도에 집중하며 예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소한의 균열과 발화를 모색한다. 실제 전시장 벽면과 작품 속에 개입하는 메시지들은 모두 이러한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건물 위 그래피티처럼, 그의 이미지들은 체계의 균열 속에서 목소리를 낸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지하 1층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예술을 통한 저항의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며, 반달리즘을 통해 드러나는 파괴와 창조, 권위와 저항의 양가적 힘을 탐구한다. 전시는 이처럼 체제 내부에서 작동하는 반달리즘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면서도 예술이 여전히 행동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내포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의 실내외를 그래피티로 뒤덮이게 연출한 〈포스트 반달리즘〉(2022), 불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모습을 담은 〈버닝 다운 더 뮤지엄〉(2022) 등 인세인 박의 이전 작업부터, 새롭게 공개되는 대형 다채널 영상 설치 〈버닝 다운 더 갤러리즈〉(2025)를 만나볼 수 있다. 〈버닝 다운 더 갤러리즈〉는 ‘갤러리즈(Galleries)’ 글자 내부에 성냥을 가득 채워 실제로 불태우는 퍼포먼스 영상을 글자 구조물과 함께 설치한 작품이다. 영상은 ‘거짓말’을 뜻하는 ‘Lies’에 먼저 불을 붙이는 장면으로 시작해, 이어 알파벳 전체가 차례로 타오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또한 퍼포먼스 영상에서 사용된 〈아마추어 반달러를 위한 일회용 마스크〉(2025)와 더불어 〈아마추어 반달러를 위한 일회용 마스크 사용설명서〉(2025)까지 그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예술적 태도와 더불어 새로운 실험의 지점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폭넓게 조명한다.

인세인 박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울, 한국, 2020; 2014; 2011),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II(제주, 한국; 2018), 아트 프로젝트 CZ (상하이, 중국, 2015) 등 국내 다수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경기도미술관(안산, 한국), 수원시립미술관(수원, 한국), 경남도립미술관(창원, 한국), 백남준아트센터(용인, 한국), 사비나미술관(서울, 한국), 대안공간 루프(서울, 한국), 보안여관(서울, 한국)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24년 반누르그 컬래버레이티브 아츠앤컬처(랏차부리, 태국), 2016-17년 스튜디오 M17(파주, 한국), 2016년 아키요시다이 국제예술창작촌(야마구치, 일본), 2015-16년 경기창작센터(안산, 한국), 2011-13년 영은창작스튜디오(경기도 광주, 한국) 레지던시에 입주하여 작업했다. 2013년 제2회 에트로 미술상 대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