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 SOLO EXHIBITION
박영숙(1941–2025)은 일찍이 카메라를 든 여자였다. 그 사실이 카메라 앞에 선 여성들로 하여금 렌즈 너머를 당당히 응시하도록, 그리하여 스스로의 이미지를 통제하는 힘을 갖도록 고무시켰다. 사진의 역사 속에서 대상화된 여성은 이제 자기 서사의 저자이자 발화의 주체로서 거듭난다. 시선의 권력은 전복되고, 신체는 동시대적 담론의 장으로 변모한다. 이성과 도덕이라는 허울로 위장한 남성중심주의 사회의 부조리 앞에서 박영숙의 여자들은 차라리 ‘미친년’이 되기를 자처한다. 이들은 주저 없이 옷고름을 풀어 헤치고 내면의 ‘마녀’를 일깨운다. 보라, 저 여자를—미친 듯이 개화하는 영혼을.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의 전시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는 한국 현대사진과 페미니즘 미술의 발전에 큰 자취를 남긴 박영숙의 별세 이후 선보이는 첫 개인전이다. 본 전시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나아온 경로를 되돌아보고, 그 정신을 오늘의 시공간에 부활시키고자 마련되었다. 사회적 억압에서 탈피하여 스스로 재탄생한 여자들이 전시장에 소환된다. 출품작의 시기 범주는 1963년부터 2005년까지 40여 년의 흐름을 폭넓게 아우른다. 전시의 동선은 ‘미친년’과 ‘마녀’의 전성기를 방문하는 한편, 그들의 원형을 좇아 보다 오래된 흑백의 풍경을 탐색하는 여정으로 전개된다.
기획의 글, 「보라, 저 여자가 노래하고 춤춘다」중 발췌 | 박미란(아라리오갤러리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