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와 임노식 중 이진주(1980년생)의 회화는 여러 아트페어장을 자주 찾은 관객이라면 익숙할 만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손과 얼굴이 드러나는 이진주식 ‘블랙 페인팅’은 강렬한 대비와 극도의 깊이감이 있어, 때로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낼 정도다. 주변 환경과 자신의 경험을 세밀하게 관찰한 끝에 이진주는 기억과 무의식, 진실과 허구 등이 공존하는 풍경을 그녀만의 시각적 서사로 풀어낸다. 8월부터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이진주의 회화가 섬세하고 분명하게 피어나는 꽃의 느낌이라면, 임노식(1989년생)의 회화는 흐릿한 꿈 같은 인상이다. 그는 시각 매체인 회화를 통해 보이지 않는 대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최근의 시리즈에서는 유채 물감으로 묘사한 풍경을 오일 파스텔로 뭉개어 표현하는 특유의 기법이 돋보였다. 그러한 시도는 그리는 대상과 작가 자신 사이, 시공간적 거리의 부피를 시각화한 결과다. 임노식은 뚜렷한 형태와 윤곽을 누그러뜨리고 지워냄으로써, 회화 장면에 내재한 정서 같은 무형의 요소를 은유적으로 강조한다.
예술적 담론의 기록
2025년 8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