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노식의 회화에 나타나는 풍경은 일찍이 그가 마주한 광활한 자연에 대한 감각에서 비롯된다. 단순히 재현된 풍경이 아닌, 복합적 감각과 정서를 내재한 그의 회화 속 풍경은 새로운 장소적 경험을 이끌어낸다. 묘사된 풍경을 다시금 투명한 오일 파스텔로 덮어 뭉개는 과정은 최근 연작에서 대상과 자신의 층위를 감각하는 방식이다. 시간과 공간이 축적된 듯한 표면 질감과 모호하고 흐릿한 형태가 드러나며, 오히려 대상의 객관적 실재 위로 서정적 심상을 떠올리게 한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들꽃과 안개처럼 부유하는 빛의 풍경은 사라지고 잊히는 한순간의 생명력을 담아내며, 잠재된 기억과 감각을 더듬게 한다. 화면 속에서 외형과 내면, 사실과 심상이 레이어를 이루어내는 그의 풍경은 회화가 지닌 감각적 깊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하나의 독백이자 고백으로 다가온다.
일렁이는 감각
2025년 8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