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화, 그중에서도 폐허의 풍경을 그리는 안경수 작가의 개인전 ‘겹겹’이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폐허란 흔히 모든 것이 사라지고 소실된 흔적을 의미하지만 안 작가가 묘사하는 폐허는 결이 조금 다르다. 그는 과거로 완결된 폐허가 아니라 지금 우리 곁에 있는 폐허를 그린다. 태풍과 지진이 지나간 뒤에 남은 흔적이나 도심 재개발로 파괴된 풍경, 화려한 관광지의 이면이나 방치된 공터 등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한 ‘바깥쪽의 풍경’을 폐허로 간주하는 것이다. 작가는 “과거 서울 은평뉴타운 개발 현장에서 연립주택이 반쯤 철거된 모습을 봤는데 누군가 생활하던 방이 그대로 노출된 모습에 시각적 충격을 받았다. 한때 소중했던 사적 공간이 폐허가 되는 감각을 느끼며 그때부터 이런 일상 속의 폐허 조각들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녹슨 철근·이끼 낀 바닥…일상 아래 겹겹이 쌓인 폐허의 풍경
10 Novem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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