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캔버스는 대개 하나의 막으로, 앞과 뒤가 분명히 구분된다. 전면은 예술가의 사유와 철학이 펼쳐지는 무대이지만, 후면은 배제된 공간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진주의 작품에선 캔버스는 더 이상 도식화된 단일한 막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화면이 원통형으로 휘어져 호(arc)를 이루거나, 여러 장의 캔버스가 겹겹이 포개진 듯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 겹쳐진 막과 막 사이에 배치된 오브제들은 작가의 실험적 의식을 한층 도드라지게 한다.
이진주, 불연속연속
김유태, 매일경제, 20 August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