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쥔, 불온한 사랑

손안나, 하퍼스바자, 6 October 2025

대만의 경제 부흥기, 군부대 인근 마을에서 자란 시용쥔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대사회에서 버려지고 대체된 존재를 연민하는 작가다. 그의 작업은 1980년대 상품 패키지, 신문이나 잡지 속에서 오려낸 사진 등 자신의 어린 시절을 환기하는 오브제로부터 출발한다. 이번엔 오래된 장난감을 인형극에 끌어들였다. 주방, 복도, 침실, 거리, 바, 공연 무대, 거실 등 7개의 장면을 묘사한 7개의 무대가 조성되고, 장난감은 무대 위의 배우로 기능한다. 작가의 의도는, 서로 다른 시대와 환경에서 비롯된 장난감을 하나의 무대 위에 설치하여 뜻밖의 관계를 생성하는 것이다. 뜻밖의 관계는 곧 뜻밖의 감정을 낳는다. 모녀 간의 유대, 연인 간의 애정, 친구 사이의 우정, 꿈에 대한 열정 이면에 도사리는 배신과 경쟁, 욕망이라는 아이러니가 그렇게 드러난다. 어쩌면 이번 전시는 시용쥔이 줄곧 견지해왔던 연민 의식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속성 뒤에 줄곧 간과되었던 불온한 마음들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