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반점이 묻은 관절 인형, 소품, 그리고 상품 포장지들이 시용쥔(時永駿)의 작품 속에서 모여 인생의 희극과 비극을 엮어낸다. 그의 작품을 감상할 때, 관람자의 생각은 저절로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다. 부모님이 상으로 주시던 달콤한 과자와 몇 개의 플라스틱 장난감만으로도 우리는 한여름과 겨울방학 내내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대만의 예술가 시융쥔(Shih Yung-Chun) 의 창작은 기억, 시간, 그리고 사물 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대만 경제가 급성장하던 시기의 군인가족촌(眷村) 에서 성장한 그는, 빠른 변화 속에서 사라져가는 사물들에 대해 특별한 민감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감수성은 그로 하여금 대학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옛 물건을 수집하도록 이끌었다. 버려진 군인가족촌에서 주워온 생활용품과 가구에서부터, 벼룩시장에서 모은 장난감·잡지·포장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그의 손에 들어왔다. 이처럼 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사물들은 단순한 창작의 재료를 넘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