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실, 파고

권이선, 세계일보, 29 December 2025

이은실은 오래도록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출산의 기억을 이번 전시에서 처음 전면에 꺼내들었다. 작가는 출산을 ‘축복’과 ‘기쁨’이라는 말로 봉인해 온 사회적 규범의 껍질을 벗기고 파도와 용암, 소용돌이와 안개로 가득한 풍경을 불러왔다. 삶의 큰 변곡점을 파도의 높이에 비유한 전시 제목처럼 화면마다 서로 다른 높이와 속도의 파고가 몸을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