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실, 파고

유선준, 파이낸셜 뉴스, 8 January 2026

여성 화가에게 출산은 찬가도, 비가도 아니다. 그렇지만 오래도록 서랍 속에 넣어 뒀던 출산의 기억을 이번 전시에서 처음 꺼내들고 싶었다. 작가 이은실은 출산을 '축복'과 '기쁨'이라는 말로 봉인해 온 사회적 규범의 껍질을 벗기고 파도와 용암, 소용돌이와 안개로 가득한 풍경을 불러왔다. 삶의 큰 변곡점을 파도의 높이에 비유한 전시 제목처럼 화면마다 서로 다른 높이와 속도의 파고가 몸을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