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실, 파고

신리사, 세계일보, 20 January 2026

생명을 잉태하고 아이를 낳는 일은 흔히 경이롭고 아름다운 일로 묘사되지만, 그것을 겪어내는 자에게 공포와 트라우마로 각인되기도 한다. 출산은 의도되기도, 의도되지 않기도 하며 축복되기도, 부정되기도 한다. 한 존재가 세계에 착지하는 순간, 사랑과 공포, 고통과 희열은 분리되지 않은 채 한꺼번에 밀려온다. 이은실은 이러한 좋고 나쁨의 구분, 의미와 가치 판단 이전에 놓인 순수한 경험으로서의 출산을 가시화한다. 여성에게 지어지는 짐, 사회적 시선과 압박, 고통과 책임, 모성애에 대한 담론은 그 이후의 해석으로 남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