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실, 파고

이연숙, 아트인컬처, 1 February 2026

이은실의 경우 출산-이후의 경험은 신화적 인물의 대서사시에 등장할 법한 자연과의 고행적인 대결처럼 묘사된다. 바다와 사막, 협곡과 산맥과 같이 오늘날에는 흔히 SF 영화에서 발견되는 전통적인 ‘숭고’의 장소를 심리적 배경으로 삼아 재현되는 출산-이후라는 사건은, 한편으론 물론 모성적 육체를 자연에 유비하는 오랜 사고에 의존하나 다른 한편으론 바로 그런 신화를 이용하여 모성 신체 도식의 분절과 해체까지 나아간다. 문자 그대로의 ‘뼈’와 ‘살’의 분리가 있다. 자연이 그러하듯 모체의 창조는 또한 파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