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 김기창의 작품은 한 가지 주제나 화풍에 머무르 지 않고, 스스로의 작업을 계속 새롭게 바꾸며 발전해왔다. 그는 처음에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서 출발했지만, 점차 화면의 구성과 형식 자체에 관심을 옮겼다. 이는 한국화가 지닌 전통적인 공간 표현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변화였다. 이후 그의 작업은 이야 기나 대상 중심의 그림에서 벗어나, 붓의 움직임과 선의 밀도, 화면 전체 의 긴장감과 리듬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눈에 보이는 형태를 그 대로 옮기기보다, 붓질이 만들어내는 힘과 에너지를 드러내려 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한국화가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시대와 작가에 따라 유연 하게 변화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