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과 육아의 난장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매니큐어를 칠하고 단장한 여성이 정면을 쏘아본다. 또 다른 사진 속 여성은 아기라도 되는 양 베개를 소중히 끌어안은 채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한다. 한복 저고리를 풀어헤친 채 실성한 듯 웃음을 터뜨리는 여성도 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미친년’이라 손가락질하며 격리하고 가두려 했던 여성들의 모습이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웠다. 한국 여성미술사의 상징작으로 자리 잡은 고(故) 박영숙 작가의 ‘미친년들’ 연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