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 KIM: Sailing

18 July - 22 September 2013 Cheonan
Overview

CI KIM Solo Exhibition – SAILING
씨킴개인전

기간 | 2013. 7. 18(목) - 9. 22(일)
장소 |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
작품 | 회화, 조각, 설치, 사진 30여점

Press release

라리오 갤러리는 씨킴(CI KIM)의 일곱번 째 개인전 SAILING를 오는 7월 18일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서 개최한다.

제주도 발견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의미의 항해(Sailing)에 관람객을 초대한다. 우선 제주도는 철새가 겨울을 나는 안식처이자 씨킴이 일년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곳이다. 작가는 제주도 성산 일출봉에서 하도리 작업실까지 두 시간이 넘는 길을 걸어다니고 아침과 점심, 저녁 작업을 시계태엽처럼 반복하면서 준비한 페인팅, 조각과 설치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들은 해안가에서 발견한 갖가지 물건들, 바람과 물에 쓸리고 햇빛에 바짝 말린 나무, 누군가가 버린 부표, 갯바닥을 뒹구는 플라스틱이나 고철 등을 주워 새로이 만든 작품들이다. 쓸모가 다하여 버려진 녹슨 냉장고나 짠 냄새를 풍기는 낡은 스티로폼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장화를 신거나 안경을 쓰면서 모두 그의 자화상으로 변화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이루어 독특한 설치작품으로 변화한다.

작가는 시간이 지나 일상의 쓰임이 사라지고 난 폐품들에서 지속된 시간의 자취를 발견하였고, 자연스러운 흔적이 남은 이 재료들을 모아 새로운 아트 오브제로 전환해왔다. 어쩌면 컬렉터와 사업가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전 세계를 다니며 30년 가까이 예술 작품을 수집하는 일이나 자연에 흩어져있는 오브제들을 모으는 일이나 그에게는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일 것이다.


죽음과 재난
자연에서 찾아낸 오브제들이 갖는 시간의 오랜 흔적들은 생명을 다한 죽음의 표식이기도 하지만 꺾이지 않는 삶의 열망이기도 하다. 작가는 끊임없이 죽음과 재난을 의식한다. 부장품으로 사용한 기마상을 확대하거나 연속된 텔레비전의 화면을 캡처하여 연속된 시간을 분절한다. 토마토를 문지른 캔버스는 곰팡이로 뒤덮여 화려한 색과 선이 뭉게지고, 밝은 색으로 매끈하게 칠해진 색면을 뜯어내 내부의 거친 면을 드러낸다.

이들은 죽음을 암시함과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표현한다. 직접적으로 타임지에 게재된 병에 걸린 소년과 입양된 소녀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 비극을 확대하지만 동시에 “AIDS is going to lose” (에이즈는 지게 될 것이다)라는 문구를 통해 재난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되새긴다. 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에게 세찬 파도와 그 이후의 고요함은 언제 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죽음과 재난은 그 자체로 공포이자 고통이지만 반대로 이를 맞서는 이들의 의지와 끈기를 상징한다.


역동적인 항해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는 제주도 작업들과 함께 십여 년이 넘는 작품 활동에서 주요 키워드가 되는 이전 작품들을 함께 선보인다.

작품 활동을 처음 시작하던 때, 사업가로 살아가던 그의 인생에 갑자기 등장한 ‘미술’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면서 스스로 미술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소화할지 골몰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작가는 사진 작업과 함께 캔버스에 뜯기, 붙이기, 찌르기, 물감 붓기, 균형잡기 등 단순하고 소박한 행위를 통해 표현의 방법을 실험하였다. 2000년대 초반의 레인보우 시리즈와 콜라주 시리즈가 이 시기의 작품들이다.

이후 작가는 토마토, 철가루 등의 새로운 소재를 실험하거나 일상적인 오브제를 변용하고 대중매체에서 사용된 이미지를 차용였다. 그가 일상에서 주은 오브제들은 작가 자신을 비롯한 누군가의 초상이 되거나, 메시지가 담긴 패널 혹은 엉뚱해 보이는 조합으로 독특한 설치를 이루었다. 이러한 실험과정에서 작가는 미술을 접하면서 맨 처음 만났던 캔버스의 사각 프레임과, 색, 균형 등의 미술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했다.

씨킴이 최근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은 삼각형 형태의 골판지로 제작한 단색 회화로 공간의 질서와 힘의 집중, 그리고 긴장을 표현한다. 고대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일찍이 직각 삼각형의 완벽한 질서가 사실은 그것을 둘러싼 세 정사각형 사이의 공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씨킴의 삼각형 작업들 역시 하나의 사각형을 모태로 하는 다수의 삼각형들이 중첩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수평과 수직으로 교차하는 공간에서 삼각형은 흩어진 힘들을 한 곳으로 모으며 공간의 중심을 점유한다. 이러한 형태와 색의 집중은 공간에서 힘의 균형과 긴장으로 작용한다.


요컨대 작가의 인생에 있어 작품 활동은 미술이라는 바다를 건너는 ‘역동적인’ 항해(Sailing)이다. ‘항해’라는 단어가 가지는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이 역설적으로 들리는 것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에 대해 스스로가 봉착한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세간의 눈길에 대한 의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 전시는 많은 작품들과 다양한 시리즈 중에서 그간의 작품 경향과 이들 작품 과정에서 돌출된 여러 지점들을 들추어 작가의 과거와 현재가 어떤 식으로 일관되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전시는 7월 18일부터 9월 22일까지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 기간 중 관람객들과 함께 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마련하며, 그간의 작품 활동을 정리한 도록 SAILING을 발간한다.

Installation Views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