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킴: Voice of Harmony

23 May - 13 October 2019 Cheonan
Press release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는 2019년 5월 23일(목)부터 10월 13일(일)까지 씨 킴(CI KIM)의 열 번째 개인전 《Voice of Harmony》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사진, 비디오, 레디메이드 오브제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 100여 점을 총 망라하여 선보인다.

 

씨 킴의 이야기는 아침식사로 먹은 달걀이 들어있던 용기나 하얀 플라스틱 숟가락, 마시다 남은 식은 커피와 같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언젠가 그는 아래와 같이 말한 적 있다.

 

나는 우연히 나에게 다가온 사물의 아름다움을 소중하게 챙긴다.

작업의 끝은 언제나 일정하지 않다.

완성되었다가도, 또 다른 오브제들이 첨가되고 삭제된다.

나는 무인도에서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 작품은 일상적인 소재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정체성을 찾기 때문이다.

 

그의 오랜 관심사는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재료들이 자신의 손길을 거쳐 하나의 조화로운 상태에 이르는 데 있다. 그리고 화면 안에서 발생하는 우연성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작가의 특성상, 작업의 시작은 언제나 오픈 엔딩을 전제로 한다. 지난 20년 동안 작가는 이질적인 재료들의 조합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해 왔다. 그는 쉽게 혼합될 수 없어 보이는 물성들, 예컨대 토마토, 블루베리, 철 가루, 나무, 시멘트, 브론즈,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 바다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 잡지, 네온 등이 서로 충돌, 중첩, 상쇄시키며, 그로 인해 일어나는 긴장감, 에너지, 그리고 우연성에 주목한다. 씨 킴은 종종 이러한 자신의 예술 행위를 셰프가 여러가지 식자재를 혼합하여 맛있는 요리를 완성하거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서로 다른 악기의 소리를 조율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데 비유한다. 그의 작업은 색, 선, 형태, 질감 등 시각적 음표들이 자신의 지휘체계에 따라 한데 어우러져 나타나는 조화로운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음과 질서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올해로 열 번째를 커피를 물감처럼 사용하여 제작한 회화 연작들을 포함하여, 목공용 본드를 미디엄으로 이용한 글루(Glue) 작업, 도끼로 찍어낸 자국이 가득한 알루미늄 패널 등 추상적인 표면을 갖는 회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작업실 바닥의 깔개로 사용해왔던, 세월의 흔적이 짙게 묻어나는 카펫 위에 수백 개의 일상 용품을 붙여 제작한 6m 길이의 대형 작품과 같은 신작들도 선보인다.

 

4층에 전시되는 마네킹 연작들도 씨 킴의 작업 세계에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 이 마네킹들은 단순한 형상 조각이 아닌 자소상(自塑像)의 연장선 상에 있기 때문이다. 씨 킴은 지난 10년동안 지속적으로 무수한 셀프 포트레이트 연작을 제작해왔다. 작업 초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자신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사진과 퍼포먼스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이후의 얼굴형상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뿔테 안경'으로 대체되어 안경을 쓴 사물(빈 박스, 스티로폼, 냉장고 등의 사각형 오브제)의 모습으로 변모되어 왔으며, 최근작에서는 버려진 마네킹에 질척한 시멘트로 피부를 입히고 가발과 가면을 씌운 모습이나 그 형상을 다시 브론즈로 캐스팅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씨 킴의 셀프 연작이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표현 방식을 넘나들며 다양하게 변화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씨 킴은 여러 개의 자아를 보유하고 있는데, 때때로 그는 각각의 자아를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로이 꺼내어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컴퓨터 게임 '언더테일(Undertale)'에서 플레이어가 보유한 영혼의 색이 바뀌면 그 색의 능력을 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예컨대 빨간색 영혼으로 전투에 임하면 '의지'의 능력이 발휘되고, 보라색 영혼을 사용하면 '인내'의 능력을 발휘해 끈기 있게 버텨낸다는 식이다. 이 게임에서 '희망'의 영혼의 색은 일곱 가지 무지개 색으로 자유자재로 변하는데, 다양한 자아를 가지고 수많은 사업을 벌이며 작품을 수집하고 돌아서서 작업을 제작하는 씨 킴의 영혼의 색은 무지개 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는 유년시절 보았던 무지개의 영롱한 빛깔을 오래도록 되뇌며 그 변화무쌍함과 조화로움의 영역에 다다르고자 했으니. 유년 시절, 비 온 뒤 남산에 떠오른 무지개의 영롱하고 조화로운 색에 받은 감동을 오랫동안 작품으로 표현해온 노장 씨 킴의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작품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Installation Views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