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 Fan

14 December 2006 - 5 January 2007 Seoul
Press release
리판은 2001년부터 종이 작업을 시작했다. 그의 종이 작업들은 과슈와 아크릴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섹스”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가 여러 매체를 사용해가며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종이와 물감에 관한 실험이 아니며, 소위 예술의 범주를 확장해보려는 시도도 아니다. 리판의 작업은 그 주제의식과 시각적 속성이라는 잣대로 살펴보자면, 예술적 열정이 결여되고 사회적인 맥락에만 치중하는 오늘날의 중국 예술에 대한 저항이자, 개인적 차원에서 모든 금지된 것들에 대해 자유를 획득하고자 하는 반항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리판은 판화작가로 유명했다.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현실의 삶을 절묘하게 그려내던 리판은 복잡한 환경과 다중의 공간을 극적으로 묘사해내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 현대 판화의 거장이었다. 그의 작업은 경향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 단계는 판화에서 회화로 전향하는 8년의 시기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대부분의 작업들은 6년여에 걸친 두 번 째 단계에 속하는 것들이다. 리판은 이 작업들에서 개인적인 경험과 장소에 대중매체에서 등장하는 이미지를 접목시켜왔다. 한지 위에 아크릴을 사용하여 먹물의 효과를 내는 그의 작품들은 전통 중국화의 형식을 반영하지만, 동시에 모던한 감성을 넘어서는 현대적인 속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광고 이미지와 같이 극적이고 과장된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형식적으로는 여백의 미를 살린다거나, 먹물을 흩날리고 흘리는 전통 중국화의 기법들을 사용하였다. 이례적인 막대한 크기, 에로틱함과 장난스러움은 주제의 심각함과 대비된다. 개인적인 감성, 사회적 금기와 같은 개념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리판은 현실을 다루고 해석하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리판은 유화를 시작하며 자신의 작업에 있어 세번째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앞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입체 작업이나 영상 매체도 시도해 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가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것은 정말 원하는 것을 더욱 직접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일 따름이다.

오늘날 중국은 예측할 수 없는 변혁의 시기에 있다. 그리고 개인의 육체야말로 각 개인들의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이 무엇이던가와는 상관없이 이 극적인 변화를 감당해야하는 궁극적인 주체들이다. 리판의 작업들에서 이 개인의 육체는 소비사회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상품화 되어있다. 그러나 그들의 에로틱한 감정과 포즈는 단순히 쾌락주의와 새로운 세기에 대한 축제적인 분위기와는 다른 것이다. 이는 보이는 것을 넘어 인간의 본성과 사회성에 대한 반작용이다. 근본적으로 섹스는 인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욕망이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보이는 것, 표면적인 것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실 섹스가 우리의 외관, 육체로 관심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섹스에 대한 인간의 인식과 경험은 표면적이다. 그러나 인간이 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표면의 영역을 파헤치다 보면, 결국 맞닥뜨리는 것은 그들 깊숙한 곳의 진정한 휴머니티와 삶의 본질인 것이다.

리판은 섹스, 한자어로 성(性) 에 대한 개념을 다양하게 확장해왔다. 인성(人性), 속성(屬性), 동성(同性), 이성(異性), 다양성(多樣性), 확실성(確實性), 대표성(代表性), 역사성(歷史性), 연구성(硏究性) 등이 그가 다루고자 했던 의미이다. “인간이 이 세상의 모든 혼돈과 혼란을 정리하고 풀어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최근의 작업에서는 나 스스로를 알고자하는 의지가 더욱 확고해졌으며, 나 자신을 더욱 자유롭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한편 자기 구제이자 자기 계몽의 방안이기도 하다.” 리판은 나아가 인간의 내면은 무한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논거를 인간의 육체에 두고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 존재의 근원이 육체에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 속의 인간들은 스스로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리판은 이야기한다. “나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인간’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모든 사회적 발전은 결국 ‘인간’에 의해 현실화 되어 왔다. 모든 인간 개인적 상황을 모두 집약한다면 그것을 결국 사회 전체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현실을 확장시키고 재조명하며 개인의 내면세계를 깊이 조망하는 리판의 태도는 깊은 휴머니즘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의 작업은 모두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진실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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