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O Donghee: Disturbance

17 November - 10 December 2006 Seoul
Press release

아라리오 서울에서는 아라리오 전속작가인 구동희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싱글 채널 비디오 (Single Channel Video) 작업으로 알려진 구동희의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신작 HD 비디오 2점과 사진 작업등이 선보이게 된다.

구동희의 비디오는 매체의 성격을 강조하는 비디오 아트의 일반적 성격에서 한발 짝 비켜서 있는 듯 보인다. 작가는 서사구조와 그것의 인과관계에 관심을 갖지만 이러한 의도와는 달리 작업에는 전달하려는 내용 자체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한가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거나, 의미 전달과 상관없는 대화를 나누는데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암시도 엿보이지 않는다. 구동희의 비디오 작업은 구체적인 대명제가 존재해 ‘이 작업은 무엇에 관한 이야기’ 라고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다. 읽기, 보기, 듣기의 지각 대상의 영역에서부터 시작해 일상적 관심사나 정서 다양한 경로에서 발생하는 작가의 아이디어는 파행적인 방식으로 선택되어 싱글 채널 비디오에서 서로 더해지거나 결합한다. 각각의 소재들은 일관성을 가지고 결합한 것이 아니기에 작품은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될 수 없다. 따라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서마저 존재하지 않는 듯 하며 관람자는 공통된 감정이나 느낌을 갖지만 그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은 총체적 모호함을 경험하게 된다.

전시 작품인 Tragedy Competition(2003), Overloaded Echo (2006), Zip-Run(2006)에는 끊임 없이 발화하는 상황, 사람들이 모여 앉아 누가 오래 울 수 있나를 경쟁하는 상황 등, 반복되는 상황의 연속이며 이는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충족될 수 없는 공허함을 수반한다. 또한 이번에 시도한 사진 작업에 나타난 삼면화는 그 이미지의 유사성으로 인해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에 애매한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구동희는 언어나 텍스트 혹은 시각 이미지로 전달할 수 없는 잉여물들, 구체적으로 서사가 발생하기 이전의 단계이자 이야기로 진행되기에 모호한 상태의 상황을 나타낸다. 작업을 구성하는 소재가 작품에 반영되는 과정이나 그 결과물은 일반적인 통념을 벗어나며 작업을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본질과는 더 멀어지는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구동희의 작업을 이해하는 방법은 ‘작품이 어떤 내용을 표현하는가’ 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작품에 녹아있는 여러 가지 요소 혹은 아이디어를 발견하며 작가가 사고하는 방법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대상이나 현상을 이해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라 잠재되어 있던 두뇌 혹은 감각을 깨워야 하며 그렇게 해야만 구동희의 작업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을 마련할 수 있다.

매체가 변하면 이해하는 방식도 변화해야 하는 것처럼 구동희의 작품도 낯선 화법으로 우리의 감각을 교란시키며 또한 낡은 감각을 폐기시키고 새로운 감각을 훈련시키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구동희의 작품을 통해 이성으로 사고하고 통합하는 과정이 아닌 새로운 감각 체계, 즉 이성과 감성이 혼합되는 경계지점에서 이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Installation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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