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쥔: 불온한 사랑: SOLO EXHIBITION
시용쥔의 국내 첫 개인전인 《불온한 사랑》의 출품작은 호텔 룸과 복도, 거실, 주방, 바, 공연 무대, 도로 등 총 7개의 서로 다른 무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상의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소재 삼는다. 작가 특유의 상상력에 의하여 환상적으로 연출된 장면들은 전시공간을 모태 삼아 하나의 커다란 세계관을 형성한다. 전시명인 ‘불온한 사랑’은 저마다 다른 시대와 환경으로부터 비롯된 사물들이 하나의 무대 위에서 새롭게 형성하는 낯선 관계에 대한 은유이다. 동시에, 7개의 무대가 상징하는 다양한 관계 안에서의 사랑, 즉 모녀 간의 유대, 연인 간의 애정, 친구 사이의 우정, 꿈에 대한 열정의 이면에 도사리는 배신과 경쟁, 욕망 등 불온한 감정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대만의 경제 부흥기 군부대 인근의 마을에서 자라난 시용쥔은 가파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빠르게 버려지고, 새롭게 대체되는 것들의 한시적인 가치를 연민한다. 그의 작품세계는 주로 1980년대의 상품 패키지와 신문, 잡지 등에서 발견한 이미지로부터 출발한다. 최근 작업의 주요 소재인 장난감은 작가의 유년기 기억을 소환하는 대상인 동시에 각자가 비롯된 시대와 장소의 흔적을 내비치고 서로 간 복잡다단한 관계망을 형성함으로써 작품세계의 서사를 무한히 확장하는 요소이다. 전시에 선보이는 〈토이 세트〉(2025) 연작은 인형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모습의 입체 작품으로, 그로부터 발췌한 장면들이 선전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회화 연작 및 시간성을 지닌 영상 작품으로 재창조된다. 무대 안에 배치된 24개의 인형들은 서사를 전개하는 등장인물로서 여러 매체로 변주되는 장면 가운데 거듭 모습을 드러낸다. 무대 장치 속 부조리극과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행위를 통하여, 작가는 사회문화적 현실의 거대한 질서를 스스로의 미시적 우주 내에 재배치한다. 그러한 작업 과정 가운데 정지된 사물의 형태 안에 내재하여 있던 실제의 역사는 작품세계 내에서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허구의 이야기로 탈바꿈한다. 시용쥔은 작품을 통하여 단일하고 선형적인 서사를 제시하기보다 보는 이 각자의 서로 다른 인식에 기반하여 주제의식을 다각도로 해석하고 성찰하기를 제안한다.
시용쥔은 1978년 대만에서 태어나 2003년 국립대만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중국과 대만, 한국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화이트 래빗 갤러리(시드니, 호주, 2025; 2024), 하이데 현대미술관(멜버른, 호주, 2024), 타이동 미술관(타이동, 대만, 2023), 롱 뮤지엄 웨스트번드(상하이, 중국, 2022), 신베이 아트센터(신베이, 대만, 2020), 금일미술관(중국, 베이징, 2012) 등이 개최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9년과 2011년에 게이사이 대만 타이카이 어워드를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화이트 래빗 갤러리(호주), 롱 뮤지엄(중국), 대만국립미술관(대만), 아트뱅크(대만), 타이베이 국립역사박물관(대만)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