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 생활: Solo Exhibition
이정배(b. 1974)는 산수화를 대하는 관점으로 도심 속에서 발견되는 자연의 조각들을 포착해 왔다. 건물 사이에 우연히 드러난 햇빛, 하늘이나 산의 형태를 레진과 알루미늄 같은 인공 재료로 구현하며, 자연의 풍경을 기하학적으로 분절된 평면으로 변환한다. 표면을 수백 번 문지르고 도장하는 과정은 그가 말하는 ‘평평하게 문지른다’는 태도로, 새로운 의미를 덧붙이기보다 불필요한 층을 지워내며 표면만 남기려는 시도이다. 단색으로 마감된 그의 풍경은 자연의 구체적인 묘사 대신 감각과 기억만을 남긴다. 이러한 추상적 풍경들은 우리가 도심 속에서 스쳐 지나친 자연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감각적 지형도이자, 풍경을 ‘보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이정배의 작업 세계가 가구로 확장되는 지점을 조명하며, ‘미술가가 만드는 가구’라는 개념 아래 조형적 탐구가 생활 공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구조와 비례, 균형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사용성을 갖춘 가구를 제작하고, 이를 전시장 안에 실제 생활 환경의 형식으로 구성한다.
이정배에게 가구는 장르의 전환이 아니라, 오랫동안 축적해 온 조형 감각이 삶의 영역으로 확장된 결과다. 신혼 시절 변변한 가구 없이 시작해 직접 작은 테이블을 만들었던 경험은 나무라는 재료와 공간, 몸, 쓰임과 형태의 관계를 동시에 사유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16년간 이어진 목공 작업 속에서 그는 가구를 공간에 입히는 맞춤옷처럼 인식하게 되었고, 일상과 조형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제작 과정은 작가의 손과 몸을 통과한 시간의 축적이기도 하다. 그는 가구를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조각으로 바라본다. 면과 구조, 비례는 조각처럼 엄밀하게 구성되지만, 작품은 실제로 사용되는 순간에 비로소 완성된다. 그가 말하는 ‘쓰이는 아름다움’은 감상의 대상에 머무는 형태가 아니라, 몸의 접촉과 시간의 축적 속에서 드러나는 미적 상태를 의미한다. 유용함과 아름다움은 분리되지 않으며, 그의 작업은 실용과 조형이 하나의 상태로 공존하는 지점을 지향한다. 전시는 다양한 가구와 조명이 하나의 장면처럼 구성된 공간을 통해 삶의 구조를 드러낸다. 관람자는 작품을 바라보기보다 그 안에 잠시 머무는 경험에 가까워지며, 수평과 수직의 리듬, 낮은 시선으로 형성된 자리, 빛과 목재가 만들어내는 색의 차이는 공간에 머무는 몸의 감각을 섬세하게 환기한다. 가구는 하나의 환경을 이루며, 전시는 예술과 디자인, 전시와 일상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어낸다.
이정배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하였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서울, 2023), 서울시청(서울, 2021), 갤러리 현대(서울, 2010)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서울, 2024), 경기도미술관(안산, 2024), 소마미술관(서울, 2021) 등 다수의 기관 전시에 참여하였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환기미술관, 아라리오컬렉션 등에 소장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