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킴: Contemporary Art Continues

30 July - 12 October 2003 Cheonan
Overview

이번 아라리오갤러리의 “씨킴: Contemporary Art Continues” 전에서는 다양한 매체와 형식의 실험 속에서 동시대 미술은 항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는 신념 하에서 제작된 씨킴의 다양한 작품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사회가 부여하는 모든 제약을 넘어 오로지 자신이 꿈꾸는 바를 향하여 달려온 이 한계와 경계를 모르는 작가가 다음 번에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올지 기대하며 이제까지의 그의 작품 세계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Press release

“오늘날의 시대는 다양한 매체 속에서 그 해결 방식을 찾는다”라고 했던 마샬 맥루한의 언급에서와 같이 오늘날의 작가들은 그 형식과 매체에 구애 받지 않고 작업을 한다. 탈장르화 또는 장르 확산이라 불리우는 이와 같은 흐름을 이론가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 이름 붙였고 우리는 1970년대 이후 현대 미술의 전개 속에서 그 특성을 명백히 파악할 수 있다.

탈장르화의 경향을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특징으로 간주할 때, 우리는 평면 작업, 오브제, 사진, 설치, 영상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제작하는 씨킴을 포스트모더니즘적 특성을 보여주는 작가로 이해할 수 있다. 아크릴 물감으로 가득 채워진 풍경 작품에서부터 사진과 비디오로 제작된 자화상, 전시장 내부로 그대로 옮겨져 있는 마네킹들까지. 만약 누군가가 작품이 지닌 형식이나 매체적 특성으로 씨킴이라는 작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그녀의 카테고리화의 욕망은 씨킴 작품의 다양성 앞에서 가차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씨킴이 포스트 모던 작가로 불려질 수 있는 것은 비단 그 작품 형식의 다양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가, 예술 작품 컬렉터, 미술 작가라는 씨킴의 다양한 정체성이 만들어 낸 결과인 듯 그의 작품들은 주제적 측면에 있어 또한 다양성을 보여준다.

우선 산과 바다, 숲의 이미지들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에서 씨킴은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과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안식을 이야기 한다. 씨킴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들고 괴롭고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 나의 치유 매개는 산과 바다다…나는 사업을 하면서 죽음의 공포를 느꼈을 때 산과 바다를 상상하면서 꿈의 아름다운 세계로 들어갔다…”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언급 속에서 우리는 자연이라는 존재가 먹고 먹히는 경쟁 사회의 최전선에서 25년을 살아왔던 씨킴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용기를 주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레디 메이드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는 작품들에서 씨킴은 대량 생산물들이 지닌 조형적 아름다움과 그것에 투영되어 있는 현대인들의 실질적 꿈과 욕망들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Do You Have a Dream?”이라는 문구와 함께 붙여진 아르마니나 페라가모 박스들은 물질적 풍요를 향한 현대인의 욕망을 상징한다. 하지만 씨킴은 이와 같은 소유와 소비의 욕구에 대하여 어떤 비판적 언급도 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는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적 꿈, 즉 물질적 풍요와 더 높은 삶의 질을 향한 세속적 욕망을 솔직하게 기술할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 있어 씨킴의 작품 세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꿈(dream)”이라는 단어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꿈”의 세계는 일상을 벗어난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일 수도, 일상의 삶 속에서 이루고 싶은 세속적인 꿈의 세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씨킴은 이러한 모순된 꿈의 공존이야 말로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꿈과 욕망을 반영하는 이와 같은 작품들은 동시에 예술의 정의를 묻는 자기 반영적(self-reflexive) 특성을 지니기도 한다. 작품이 외부 세계에 대한 언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 즉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언급이 될 때 우리는 이를 자기 반영적이라 말하는데, 이와 같은 자기 반영성은 포스트모던 예술의 중요 특성 중 하나이다. 백화점의 윈도우에 진열되어 있는 마네킨들을 그대로 전시장 안으로 옮겨 놓는 씨킴의 작품, 현실 공간 속의 존재를 그대로 복제한 후 그 위치나 사이즈를 바꾸어 놓는 작품들을 통해 씨킴은 예술계의 구조, 예술가, 그리고 예술 작품에 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자연의 가치, 대중 소비 문화와 현대인의 욕망, 예술과 예술가, 그리고 관객의 관계를 문제 삼는 그의 작품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간다. 사업가로서 25년을 살아왔던 씨킴은 그 인간적 측면에 있어 “사업가”라는 사회가 부여하는 하나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형성해 나가고자 노력해 왔으며, 이러한 노력은 예술가라는 새로운 인생의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

외적으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거나 소재로 하여 제작된 작품들에서 우리는 씨킴이라는 한명의 인간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 모습은 항시 바뀌고 있다. 정장을 입은 사업가의 모습에서 캐쥬얼한 옷을 입은 작가의 모습으로, 또는 세상을 관찰하는 관찰자의 모습에서 관객의 시선에 노출되는 관찰 되어지는 존재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CI KIM은 외적으로 보이는 특성만으로는 한명의 인간을 정의할 수 없으며, 동시에 한 인간의 정체성은 고정된 어떤 것이 아니라 항시 변화되며 변화할 수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자화상 시리즈와 함께 씨킴은 보이는 것 너머의 자화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씨킴은 독특하게 자신의 신체 내부를 찍은 사진 위에 페인팅을 함으로써 인간 내면의 자화상을 제작하는데 이와 같은 작품을 통해 CI KIM은 외적으로 보이는 것만이 인간 자아를 정의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양한 자화상 시리즈 들을 통해 우리는 작가로서의 씨킴, 사업가로서의 씨킴, 그리고 한명의 인간으로서의 씨킴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정체성과 자아에 대한 이론적이거나 담론적 해석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정체된 자아를 거부하는 씨킴이 자기 자신과 가지는 진솔한 대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형식에 있어서의 장르의 확산과 대중 문화에 대한 관심, 작품이 지닌 자기 반영적 특성, 고정된 정체성의 거부와 같은 씨킴 작품의 특성들은 우리가 그를 포스트모던 작가라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하지만 어려운 이론의 적용을 모두 뛰어 넘어 씨킴은 그 삶의 깊이와 고통만큼이나 진솔하게 우리의 소박한 꿈들과 자아,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가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담론과 이론에 얽매여 어려운 작품만을 제작하려는 요즘 시대에 있어 이만큼 진실되게 꿈을 이야기하는 작가가, 그리고 자신의 분열된 정체성을 이야기 하는 작가가, 그리고 우리의 삶이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하는 작가가 있을까.

이번 아라리오갤러리의 “씨킴: Contemporary Art Continues” 전에서는 다양한 매체와 형식의 실험 속에서 동시대 미술은 항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는 신념 하에서 제작된 씨킴의 다양한 작품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사회가 부여하는 모든 제약을 넘어 오로지 자신이 꿈꾸는 바를 향하여 달려온 이 한계와 경계를 모르는 작가가 다음 번에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올지 기대하며 이제까지의 그의 작품 세계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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