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Yoon Young: Ixtlan Stop

11 September - 4 November 2007 Cheonan
Overview

이번 전시 타이틀 “IXTLAN STOP: 익슬란 스탑”은 박윤영이 카를로스 카스타네다(Carlos Castaneda)의 소설 ‘Journey to Ixtlan’ 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작품을 제작 한데서 연유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익슬란은 하나의 공간을 지칭하는 장소로서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어떤 가상의 공간을 의미한다. 그곳은 슬픔, 욕망, 기쁨 등 인간이 느끼는 사사로운 감정들이 없는 불교의 해탈(解脫)에 가까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박윤영은 전시를 통해서 익슬란이라는 공간을 폭력이나 살인, 재앙 등이 닿지 않는 곳, 다시 말해서 이 세상의 나쁜 사건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곳으로 승화시켰다.

Press release

그녀의 작품은 몽환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한 사건의 재구성이며 그녀가 제공하는 단서를 통해서 스토리를 읽어나가는 추리소설이다.

1. 이야기
“내 작업은 스스로 관심 있는 것들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 같다. 그것에는 배후가 있고 단서가 있으며,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다.”
-작가의 노트중

위의 작가 노트는 박윤영 작업의 키 포인트이다. 박윤영은 그녀가 관심이 가는 사건들에 관해서 연구를 시작한다. 픽톤사건, 조승희 사건, 로히드 하이웨이, 리버뷰 정신병원,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 마틴 루터킹, 베이커마운틴, 엑손발데즈 사건 등은 그녀가 관심을 가진 사건들이다. 그녀는 그 사건들의 배후에 있는 단서들을 찾아내고 분석하여 그녀 나름대로의 해석을 이끌어낸다. 그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건의 단서를 찾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직접 사건현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녀는 실재 사건현장이었던 픽톤농장을 직접 찾아가서 영상을 찍어오기도 하고, 리버뷰 정신병원을 그녀의 캠코더에 담았으며,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에 가서 홈리스들을 인터뷰 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발견한 그 사건의 단서들과, 풍경들이 박윤영 상상 속의 이야기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서 하나의 미스터리 한 스토리가 되고, 그것은 바로 그녀의 작업이 된다.

아래의 세가지 사건은 그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작품들의 모티브가 되었다.

캐나다 픽톤 농장 살인사건(Pickton Pig Farm): 지상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윌리엄 픽톤(William Pickton)의 돼지농장에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총 69명의 여인들이 사라지거나 살해되었으며 농장의 돼지사료에서 사라진 여인들의 DNA가 검출되는 등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않은 놀라운 일들이 실재 일어난 것이다.

엑손 발데즈 선박 기름 유출사건(Exxon Valdez Oil Spill): 1989년 초대형 유조선 엑손 발데즈호 선장의 실수로 배가 좌초되어 약 1100만 개론의 원유가 알래스카 근해에 쏟아졌다. 이 원유가 바다에 쏟아지면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난이 발생했으며 수십만 마리의 바다생물들이 죽음을 당했고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완전한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틴루터킹 암살사건: 1968년 4월4일 오후6시, 멤피스의 로레인 모텔 발코니에서 연설중이던 마틴루터킹은 레밍턴 라이플(30-06 Remington rifle)에 의해 암살되었다. 암살자는 제임스 얼 레이(James Earl Ray)로 전해지고 있다.

박윤영은 그녀의 작품들 속에서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익슬란이라는 공간을 찾아가면서 우리가 버려야 하는 것들을 재배열함으로써 그녀만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사건들에 대해서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박윤영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두 편의 미스터리 소설 을 탈고했다. 한 편은 그녀가 ‘아겔다마로의 여정’을 준비하면서 썼던 소설 ‘잠시 보였다가 사라지는 파란기둥들’이고, 다른 한 편은 ‘가로등 없는 캄캄한 로히드 하이웨이’다. 두 편 모두 그녀가 직접 체험한 사건 속 배경과 장소, 인물, 그리고 그녀가 상상한 모든 것들의 결합이 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그녀의 소설은 그녀가 다뤄왔던 위에 사건들의 스토리와 읽었던 책 속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인물, 오브제가 어우러져서 몽환적이고 신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소설은 그녀의 설치 작품의 다른 모습이다. 단지 그 재료가 글이거나 혹은 다양한 설치 오브제들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2. 공간
“IXTLAN은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닌, 우리가 욕망하는 것이나 사랑하는 것들을 버려야 갈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작가의 노트중

이 전시의 타이틀이기도 한 IXTLAN(익슬란)은 카를로스 카스타네다(Carlos Castaneda)의 소설 ‘Journey to Ixtlan’ 에 나오는 공간이다.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익슬란은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어떤 가상의 공간이며 사랑이나 욕망 등의 성취 욕구를 버린 후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카스타네다는 익슬란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도구로서 세가지 식물을 말했는데 그것은 페요테(Peyote: 선인장의 일종), 짐슨위드(Jimson weed: 흰 독말풀), 싸일로싸이브(Psilocybe/Hallucinogenic mushroom)이다. 이 식물들은 사람에게 일종의 환각을 유발시키는 자연 생물체이다.

박윤영은 이번 전시를 통해서 익슬란이라는 공간을 폭력이나 살인, 재앙 등이 닿지 않는 곳, 다시 말해서 이 세상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곳으로 승화시켰다. 작가가 관심을 가진 비극적인 사건들-조승희 총격사건,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사건, 그리고 픽톤농장 연쇄살인사건을 익슬란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새롭게 재현하고 재구성하고 있다. 이 사건들에서의 물리적인 방아쇠는 마틴 루터 킹의 암살에 사용된 총, 기름을 유출한 유조선인 엑손 발데즈호, 그리고 조승희가 사용한 총인 Walther P22이다. 이러한 3개의 사물들을 병풍화폭에 스케치한 후 그 비극적 행위 혹은 사건을 멈추게 하는 어떠한 장치로서, 앞서 말한 원주민들이 의식 때 사용하는 세가지 식물들- 페요테, 짐슨위드, 싸일로 싸이브가 그것들을 뒤덮으면서 자라나는 모습을 그렸다. 이 세가지 자연의 식물들이 비극적 사건들을 촉발시킨 물리적 방아쇠들을 제어함으로써 새로운 생명과 치유의 공간이 열린다. 결국 IXTLAN STOP 익슬란 스탑은 우리에게 모든 인간적인 탐욕과 이기심 등이 만들어낸 비극들을 자연이 가진 정화의 힘으로 치유하는 것을 경험하며, 익슬란으로의 여정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인 것이다.

3. 공간 속의 이야기들
박윤영이 익슬란이라는 공간을 찾아가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읽어 내는 것이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이다.

범죄현장에서 수사관들은 단서를 찾아내려 노력하며, 그 단서들을 모아서 그럴듯한 이야기 또는 추리를 이끌어낸다. 마치 수사관처럼 우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 박윤영이 실제 사건들을 모아서 새롭게 재배치한 새로운 ‘현장’을 경험하게 되며, 동시에 익슬란으로의 여정속에서 경험하는 사건들을 읽어나가게 된다.

박윤영의 공간 속 이야기들은 어떤 것일까? 그녀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에서 오는 이러한 모호한 경계를 현실과 초현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몽환의 세계 등의 대비를 통해서 작품화하고 있다. 이러한 모호하고 알 수 없는 경계와 죽음에 관한 이미지를 작가는 다운타운 이스트 사이드에서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은 하얀 병풍과 대형거울 그리고 강한 주홍색 페인트가 어우러져 신비스런 느낌이 드는 설치작품이다. 병풍 밑에 있는 거울과 병풍 위에 위치한 큰 파이프는 마약을 흡입하는 행위자체를 연출하고 있다. 즉 파이프는 코카인(cocaine)을 흡입하는 스트로우를 상징하고, 표백한 하얀 양털과 세 개로 나뉘어진 하얀 비단 병풍들은 마약자체, 그리고 거울과 유리 속의 신문기사는 각각 테이블 위의 거울과 레이저(razor: 코카인을 흡입 전 가루 양을 조절하는데 쓰이는 도구)를 상징한다. 이러한 오브제와 함께 박윤영은 픽톤농장의 희생자들인 다운타운 이스트 사이드 거주했던 여성들이 약물을 흡입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픽톤농장 살인사건과의 연계시키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죽음과 마약을 하는 행위를 함께 배치시키면서 그 위험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기도 하고 또한 마약이 가지고 있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 작품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그녀는 초기작업들에서부터 사람의 죽음, 죽고 없어짐, 무언가의 힘에 의해서이건 자연스럽게 이건 죽어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서 표현해왔다. 그러나 그녀의 호기심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원인이며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있다. 그녀가 관심을 가진 사건들에서의 죽음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나 도구에 의해서 기인하는 현상이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운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다. 그녀는 이러한 설명할 수 없는 과정을 그녀의 상상의 나래 속에서건 아니면 상식적이거나 논리적으로 풀려고 노력한다. 그녀가 풀어가는 작품의 이야기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서정적인 해설이지만 결국은 우리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지구를 살고 있는 인간의 공통된 아픔에 대해 반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의 중간에 위치한다. 시작과 끝, 탑승과 하차, 입학과 졸업, 만남과 이별 그리고 삶과 죽음 등 우리가 하고 있는 어떤 행위건 간에 우리는 그것이 시작된 순간부터 이미 끝을 찾아가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박윤영의 작업들도 어떠한 세계, 장소를 찾아가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익슬란 스탑도, 아겔다마로 가는 여정도 모두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허상의 중간에 위치하는 공간이다. 그녀가 가고자 하는 곳은 그녀만이 꿈꾸는 모든 나쁜 것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세상일수도 있고, 마틴루터킹이 약자를 보호 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자연을 통한 화합'으로 귀결되는 곳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로서의 긴 여정을 가고 있는 박윤영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그녀가 만들어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그녀의 작품들을 읽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여정에서도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만남이 끝나면 모두 서로의 길을 가겠지만, 잠시 익슬란 스탑에서 그녀의 작품들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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