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불완전하지만 진실한 몸

부산현대미술관 소장품 〈무제〉(2016)는 초기 인체 작업에서 범위를 확장시켜 작은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공간까지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체인과 벌집, 파이프,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 피규어 등 모든 세계는 싸구려 도금이 되어 있지만 엄청난 크기의 비계를 운반하며 노동하는 작은 인간만은 벌거벗은 살색이다.

이렇게 상세하고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놓고도 제목이 무제( 無題 ,untitled)인 것은 작가는 세계를 창조했지만 그것을 읽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작품의 의미는 관람자의 자기반영성이 동력이 되어 작동되기 때문에 각자의 시공간이 바뀌는 어느 날이 되면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볼 수 있다.

총, 칼을 들고 감시하는 군인들은 폭력적인 권력과 규율을 상징하며 파이프를 들고 나르는 저 작은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도 무너지기 쉬운 계급이면서 노동이 주는 젖과 꿀과 고통을 아는 존재들이다.

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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