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Circular Ruins

Asian Art Contemporary, Asian Art Contemporary, 31 May 2025

“수세기 전의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불의 신의 성소 폐허는 불에 의해 파괴되었다. […] 그들은 그의 살을 물어뜯지 않았고, 다정히 어루만지며 열기나 연소 없이 그를 뒤덮었다. 안도감, 굴욕감, 공포 속에서 그는 자신 또한 환영임을, 누군가가 자신을 꿈꾸고 있음을 깨달았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원형의 폐허(Las Ruinas Circulares)」의 이 마지막 구절은 창조의 순환적 윤회, 즉 '삼사라(Samsara)'를 드러낸다. 광야에서 온 한 마법사가 꿈을 통해 또 다른 인간의 육체와 의식을 창조한다. 그는 꿈, 망상, 각성의 붕괴를 겪으며 마침내 불로써 환상의 생명을 점화한다. 그러나 새로 태어난 젊은이가 또 다른 무너진 성소를 향해 떠나는 순간, 창조자인 마법사 자신의 성소 또한 불에 휩싸인다. 이로써 드러나는 진실은—창조자 역시 또 다른 존재가 꾸는 꿈 속의 환영이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