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의 묘미는 가구 사이사이에 놓인 이정배의 평면 작품들이다. 단색으로 마감된 추상적 풍경화 ‘진초록’이나 ‘둘 이상의’는 가구의 선형적 구조와 공명하며 시각적 깊이를 더한다. 가구는 회화의 연장선이 되고, 회화는 가구가 만든 생활의 배경이 된다. 결국 ‘생활’이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은 명료하다. ‘우리는 일상을 어떤 미학으로 구조화하고 있는가.’ 작가는 불필요한 층을 지워내고 남은 평평한 표면 위에, 사용자의 온기와 시간이라는 마지막 유약을 바르라고 권유한다.
전시장에 놓인 17점의 가구는 언제든 다시 누군가의 집 거실로, 서재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예술이 일상의 격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일상 자체가 이미 하나의 고유한 미학적 완성이 될 수 있음을 이정배의 가구들은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