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USAN 2021: Online Viewing Room

<한복의 모뉴먼트>는 전후 한국 현대사에서 여성을 대변하는 어머니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역경, 그리고 담담하게 그것을 이겨냈던 그들의 강인함과 내적 아름다움을 표현해낸 정강자의 한복 시리즈 중 특히 절제의 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한복 치마들은 서로 어울려 꽃과 같은 형상으로도 다가오는데, 조지아 오키프가 꽃을 통해 여성의 생식기를 오버랩시키고, 여성에게 내재된 공격성을 표현했다면, 정강자의 작품은 여성-어머니-한-인내로 연결되는 한국적 여성의 삶과 내면을 다루고 있다.

<에테르>(Ether) 시리즈는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액체방울을 시각화하여 3D 모델링으로 구현한 조형물이다. 작가는 떨어지는 액체를 관찰하며 중력이 아래로 진행되는 동시에 하늘로 밀려오는 반중력을 맞닥뜨리며 생기는 형태를 발견 하였고, 이 형태를 3D로 회전, 수직으로 대칭하며 무작위 순서로 쌓았다. 끝없는 기둥처럼 세워져 있는 이 조형물은 중력과 반중력 같은 반대의 힘의 영향으로 무중력 상태를 느끼게 한다.

에테르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의 SFO Museum에 소장되어 야외에 대형 조각이 전시되어 있으며, 2024년에는 또 다른 에테르 대형 조각이 프랑스 파리 센느강변에 영구적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권오상의 작업실에 50개의 미니카 조각이 나란히 놓여 있다. 아직 아크릴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묵직하면서 한 손에 움켜쥘 수 있는 브리티시 그린의 벤틀리 Speed 8, <Small Sculpture 2019-2021>(2019)도 눈에 들어온다. 무게 중심을 단 1mm라도 낮추려고 휠 베이스부터 무게 추의 배치까지 고려한 엄청난 기술력이 들어간 이 괴물은 아주 작은 조각으로 변모했음에도 불구하고 깨알 같은 묘사를 통해 그 위상이 다시 빛을 발한다. 이는 외관에 아크릴로 묘사된 정확한 색채의 배합과 형태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제 위치에 맞게 잘 그려진 후원사의 화려한 로고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매니아 층이 두터운 1/43의 다이캐스팅(die-casting) 모형이 아닌 스컬피와 시바툴 점토에 살붙임 기법으로 소조(塑造, modeling)한 얇은 좌대가 있는 작은 조각이다. 양감과 중량감이 동원되는 조각으로서 자리를 지키는 것에 집중했던, 실물 크기 청동 조각의 쨍한 주황색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The Sculpture II – Car>(2005)의 스펙타클함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권오상은 르망24의 챔피언들에게 “스몰 스컬프처＂라고 명명하므로 매우 험블하게 재치를 발휘한다. “스몰 스컬프처＂는 2005년부터 시작된 “더 스컬프처(The Sculpture)”의 연장으로 조각이라는 장르의 고유성에 대해 다시 질문해 보는 또 하나의 태도로서, 지금껏 선보였던 조각들 중 가장 작은 크기의 조각일 것이다.”

추성아, 『Small Sculptures』, 미디어버스, 2019, 4면

이진주의 작업은 한없이 연약하면서도 아슬아슬 균형을 이루며 버티는 존재들로 채워진, 작가가 바라보는 모호하고 불분명한 세상이다. 작품들은 낯익은 소재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들여다보면 볼수록 지극히 직관적이며 때론 초현실적이기도, 몽환적인 미지의 세계에서 보는 이의 무의식을 자극하기도 한다. 마치 끝나지 않은 문장과 같이, 혹은 ‘불분명한 대답’과 같이, 이진주 작가는 정해진 해답이 아닌, 보는 이의 무의식 속에 잠재하는 기억과 작가의 기억이 공존하는 공간을 이끌어 냄으로써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인간의 기억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응축된 캔버스에는 우리의 기억이 담고 있는 순간 순간의 아름다움, 기쁨, 상처, 트라우마 혹은 잔혹함까지 생의 편린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작가 자신이 무의식 공간에서 다시 찾아내 층층이 재해석한 후 캔버스 속에 숨겨놓은 알레고리(allegory)와 모티브들은 작품에 섬세함과 잠재력을 더하는 또 다른 층(layer)이 되어 감상에 깊은 즐거움을 선사하며, 작품 속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다 보면 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