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위준: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

9 January - 22 February 2020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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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아라리오갤러리는 2020년 첫 번째 전시로 중국 작가 천위쥔(陈彧君, b. 1976)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중국 사회의 모습을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를 통해 시적이고도 스펙타클하게 풀어내는 천위쥔은 중국 현대미술계에서 꾸준히 주목 받고 있는 작가이다.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전은 천위쥔의 신작 30여점을 전시하는 개인전으로 가장 사적인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해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과정을 풀어낸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방식은 근대화와 서구화를 겪으며 변화해온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비평적 시선이자 고찰에서 비롯한다.


인물의 형상이 부재한 이전의 작품들과는 달리 천위쥔은 이번 전시에서 개인의 이야기를 더욱 부각시킨 작업들을 선보인다. 신문지 뒷면에 인물의 스케치를 겹쳐 넣은 드로잉 작품, 추상화한 인물의 형태를 3D 프린팅 기법을 활용해 만든 대리석 인물 조각 작품에는 작가가 살아오며 관찰해온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아가, 작가는 이 이야기들을 공간적 구조물들과 함께 배치함으로써 내러티브가 생성되는 공간에 틈을 발생시킨다. 관람객과 작품 간의 상호관계를 다층적으로 연결시키는 작가의 의도는 그의 핵심 작업방식인 콜라주 기법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하에 전시된 작품 <11 제곱미터의 공간 (Space of 11 Square Meters)>은 신문지와 전통 한지, 먹과 아크릴이 절묘하게 콜라주된 작품이다. 뒤틀린 공간의 구성과 어지러운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삶의 터전이자 작가의 작업에 핵심개념인 '집'이 보이는데, 여기에는 고향의 집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작가 본인이 체험한 이주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이사와 이주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가 개개인의 삶으로 얽혀지는 과정은 인물의 형상이 부재한 작품 <결혼 연회 (Wedding Banquet)>에서 잘 나타난다.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이 한데 모여 왁자지껄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이 작품은 각자의 경험이 복잡하게 엉겨 있는 상황을 역동적이고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개인이 모여 한 사회를 이루고, 다시 각각의 사회가 모여 공동체적 의식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에 주목함으로써, 개인, 사회, 문화의 정체성이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집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이어지는 지점, 천위쥔의 작품을 마주하는 바로 이 순간, 우리 저마다의 이야기는 작가의 세계와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하게 엮인다. 사회와 국가간의 경계가 확장되고 재맥락화하는 오늘날, 국경을 넘어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천위쥔의 작업을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과 변화하는 아시아의 지형도에 대한 흥미로운 시대감각을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


천위쥔은 1976년 중국 복건성(Fujian Province)에서 태어나 상해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미술대학 중 하나인 항저우 중국미술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회화, 콜라주, 드로잉,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중국 사회와 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작업을 보여준다. 대만 아시아 아트 센터(2018), 상해 9m2 뮤지엄(2015)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21년에는 상해 롱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션전 조각 비엔날레(2014), 베이징 민생미술관(2015), 상해 롱미술관(2014),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관(2013)에서의 그룹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천위쥔의 작품은 프랑스의 DSL Collection, 상해 롱미술관, 홍콩 M+ 미술관과 같은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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