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불연속연속: 개인전
이진주(b. 1980)의 화면은 동양화 전통 채색 기법에 기반한 세밀한 필치로 연속적인 일상의 풍경에 내재한 불연속적인 생경함을 포착한다. 작가는 관점 및 인식의 방식에 따라 새롭게 감각되는 순간들에 주목함으로써 ‘보는 것’의 본질에 관하여 질문한다. 섬세하고 면밀한 관찰을 통하여,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의 연속성으로부터 유난히 낯설고 생경한 불연속성을 감지해 내는 것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불연속연속》은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주제의식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이진주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로부터 고유하게 독립된 동시에 긴밀하게 연결된 양가적 속성을 목격한다. 어머니와 자신, 딸로 이어지는 개인적 삶의 연결성으로부터 보다 광활한 풍경에 이르기까지, 삶 속에서 목격되는 존재와 사물들, 사건들은 모두가 각자의 ‘불연속적 연속성’을 품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관에서 이진주의 신작 및 근작 총 54점을 선보이는 본 전시는 이진주의 회화적 방법론이 나아가는 방향성을 조망하는 한편, 관객으로 하여금 각자의 경험과 감각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를 완성해 가도록 이끈다. 이진주의 회화는 전시 공간의 입체적인 규모 및 구조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전체의 동선은 단순히 작품이 나열된 장소라기보다 작가에 의해 설계된 심리적 여정을 연상시킨다. 자전적 경험 및 기억으로부터 비롯된 개별 도상들은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묘사되지만, 장면 안에서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관계 맺으며 낯선 풍경을 구축한다. 화면은 고정되지 않는 의미와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를 품은 유연한 장으로서 남겨진다. 그의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막’은 대상들 사이를 가로막는 장막인 한편 그것들을 보호하는 은신처이다. ‘막’은 심리적, 물리적 경계를 드러내는 회화적 장치인 동시에 분절된 장면들 사이의 은밀한 연결성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전시의 주제인 ‘불연속적 연속성’의 시각적 형상화이다. 한편 회화의 안팎에 놓인 여백은 언어화되지 않은 행간이자 보이지 않는 잠재성의 상징으로서 시각 세계의 ‘불연속적 연속성’을 암시한다.
이진주는 유즈미술관 프로젝트스페이스(홍콩, 2025),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제주, 한국, 2022-2024),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서울, 한국, 2020), 트라이엄프갤러리(모스크바, 러시아, 2019),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울, 한국, 2017)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또한 에스더 쉬퍼(베를린, 독일, 2024), 마레스 미술관(마스트리흐트, 네덜란드, 2022), 화이트큐브 서울(서울, 한국, 2023), 송은(서울, 한국, 2023, 2022), 국립현대미술관(서울, 한국,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이진주는 중앙미술대전 우수상(2009), 송은미술대상 우수상(2014)을 수상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송은 등 국내 주요 기관과 롱뮤지엄(중국), 유즈미술관(중국) 등 해외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