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Enchantment: A2

25 August - 21 October 2018 Shanghai
Press release

아라리오 갤러리 상하이는 2018년 8월 25일부터 10월 21일까지 김병호 작가의 개인전 <현혹 Enchantment>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병호 작가와 아라리오 갤러리 상하이가 처음으로 함께하는 개인전이다. 2000년대 초기 김병호는 주변소음이나 관람자의 개입에 실시간으로 상호반응하는 와이어 사운드 설치작품(wire sound installation)을 다수 제작했다. 이후 2000년대 후반 조각 내부에 회로화된 소리를 입력한 후 소리들의 연주를 기계적 기능으로 작동시키는 실험에 몰두하면서 ‘기계생산품(mechanical product)’처럼 가공된 조각매체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김병호의 조형물은 용접이 아닌 설계도에 따른 개별 부품들의 조립을 통해 만들어진다. 작가의 표현대로 ‘체계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관계성’에 따라 기하학적 모듈들이 구축한 고요한 질서와 기념비성은 관람자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와 함께 정밀기계를 통해 가공된 금속들의 화려한 광택은 사람들을 거리낌없이 유혹한다. 이와 같이 배타적인 시각성을 드러내는 그의 방법은 다원성과 감각들의 융합을 강조하는 현대 미술에서 이단아적인 방법일까.

 

김병호 작가는 기하학적 모듈, 금욕적일 정도로까지 느껴지는 체계적인 질서, 금속의 광택(reflection) 등을 존재와 환경에 대한 의심을 유도하기 위한 모종의 장치로 쓴다. 그는 그의 작품이 더 반짝이고 화려할수록, 사람들이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의 작품은 각종 시각적 유혹에 노출된 동시대인의 환경을 극대화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김병호의 상해 아라리오 갤러리의 개인전은 고대의 주술적 행위에서 유래된 “마법을 거는 듯 노래하다(chant)”에서 나온 현혹(enchantment)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김병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시각적인 믿음과 그 배후에 깔려있는 의심의 알레고리를 보여주는 거대 설치물 3점을 출품한다.

 

김병호의 작품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전시가 끝나면 작품은 위용을 자랑했던 과거의 기억을 뒤로 한 채 조립의 역순에 따라 조그만 개체들로 해체분리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둡고 무거운 허무주의가 아니다. 막스 베버의 탈주술(disenchantment)시대 이후 고도로 고립화되고 파편화된 우리들을 위해 거대한 기계적 바디를 자랑하는 사이렌(Siren)이 다시 되어 눈길과 발길을 현혹할 테니 말이다.

 

전시를 기획한 아라리오 갤러리 상하이는 “이번 <현혹>전은 이전 한국 아라리오에서 열렸던 김병호의 개인전 <A System(2011)>, <Garden in the Garden(2013)>에 이어 준비한 작가의 중국 최초의 개인전”이라며, “김병호의 작품은 작가가 독자적인 시선으로 관찰한 동시대인과 커뮤니티에 대한 풍경화”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전시는 허구적인 믿음과 그에 대한 환상을 철학적 시선으로 성찰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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