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은 미국 뉴헤이븐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기억 속 장소와 일상의 경험을 중첩해 회화로 옮겨온 작가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어린 시절 꿈이다. 그는 어릴 적 꿈에서 본 장면을 잊지 않기 위해 언젠가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도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랐지만, 같은 꿈을 다시 꾸지 않는 이상 동일한 경험은 반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꿈의 내용을 재현하는 대신 기억과 망각,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감각 자체를 회화로 붙잡으려 했다.
같은 갤러리에서 열리는 임수범의 전시는 '우리가 신과 괴물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임수범은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신인 청룡, 주작, 백호, 현무를 모티프로 삼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사신은 경계 안에서는 공동체를 보호하는 신성한 존재지만, 경계 밖의 이들에겐 공동체로의 접근을 막는 두려운 괴물로 보일 수도 있다. 결국 신과 괴물을 나누는 기준은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위치와 관점에 있다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