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장막 안으로 들어가자 연기가 낮게 깔렸다. 사이렌이 울리고, 얼굴에 조명이 비쳤다. “여러분은 지금 나의 작품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여자 목소리가 울렸다. 정강자(1942~2017)의 ‘무체전(無體展)’, 1970년 서울 국립공보관에서 연 첫 개인전이었다. 전위예술을 정치 선동으로 여긴 정부 지시로 사흘 만에 철거된다. 도발적인 행위 예술과 실험 미술을 선보이던 정강자는 이때의 충격으로 이후 그림만 그리며 여생을 보냈다.
“시대적 상황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작가의 메모와 스케치, 당시 기사 등으로만 남아 있던 ‘무체전’이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56년 만에 복원 전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