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
흰 캔버스 앞에 설 때 가장 설렌다. 그 위로 붓이 닿을 때 나는 소리가 참 좋다. 소리에 조금씩 적응될 때쯤, 화면 위로 이미지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순간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 물론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도, 완성했을 때도 나름의 기쁨이 있다. 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시간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때다.
풍경 속을 걷고, 오래된 사진을 뒤적이고, 지난 기억을 불러오고, 앞으로의 일을 상상한다. 여러 시간이 교차하고 얽힐 때면 묘한 기분이 든다. 그 순간만큼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그사이 어딘가에 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림은 그 순간에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림이 좋다. 많이 좋다.
11 September 2026

